동이 트기 전 새벽바다는 거센 파도 소리에 바닷 바람까지 귀가 먹먹해지는 환경입니다.
지난 6월 19일 오전 4시22분. 동이 틀 무렵이라 아직 어둑하고, 바람이 세게 불던 이 날. 강릉 앞바다에서 항구로 들어오려던 어선A호와 어선B호가 충돌해 어선A호의 선장이 바다에 빠졌습니다.
다행히 어선B호 선장이 곧바로 A호 선장을 바다에서 건져올렸고, 구조를 하자마자 B호는 강릉 사천항으로 뱃머리를 돌렸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남아있었는데요. 바다 한가운데서 엔진 시동이 걸려있는 상태로 남겨진 어선A호였습니다.

사고에 부상까지 정신이 없었던 두 선장은 시동이 걸린 A호를 미처 처리하지 못한 채 현장을 떠나버렸기 때문인데요.
다행히 인근에 있던 어선이 A호를 발견해 해경에 신고했습니다.
이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건 강릉파출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3년차 순찰요원, 임성규 순경과 동료들은 이른 새벽 4시51분 드넓은 바다에 떠있을 어선 A호를 찾기 위해 수색작업만 20분이 소요됐는데요.
마침내 현장에 도착했을 때, A호는 충돌지점으로부터 20km 떨어진 해상에서 시속 30km의 빠른 속도로 폭주 중이었습니다.

30km가 육지에서는 느린 속도인데 바다라면 얘기가 틀려집니다. 바다 같은 경우는 파도의 영향도 있고 바람도 많이 불고 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는 10~20km 사이로 운항을 하거나 보통은 그보다 더 느리게 가는게 정석이라고 하는데요.
이 속도가 유지된다면 머지않아 인근의 어선들과 2차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아찔한 상황이었습니다.
이 때 구조 슈트를 입은 임성규 순경은 A호의 엔진을 멈추기 위해 구조함정의 난간을 잡았습니다.
달리는 배 위에 선 채, 왼쪽 전방에서 질주하는 어선을 바라봅니다. 점점 가까워지는 거리. 드디어 남자는 뛰어내릴 준비를 합니다.

구조함정이 어선A호에 근접하자, 임성규 순경은 다리를 구부렸다가 망설임없이 뛰어내립니다.
순간 미끄러진 것도 잠시, 임성규 순경은 곧장 일어나 A호의 엔진을 정지시키는데 성공하고 주먹을 쥔 채 팔을 뻗어 올립니다. 네! 임무 완수입니다.

아무리 바다를 지키는 게 본업인 해양경찰이라지만, 사실 저렇게 질주하는 작은 배 위로 장비도 없이 뛰어내리는 건, 위험한 일입니다. 임 순경 역시 긴장을 했다고 하는데요.
“저도 이런 일은 처음이어 가지고 뛰어내릴 때 살짝 긴장을 했었는데 앞으로도 계속 이런 열심히 잘해야겠다, 최선을 다해야겠다 그냥 그 생각밖에 안 했던 것 같아요” -임성규 순경-

배를 멈춘 임성규 순경은 엔진을 다시 켜고 한참동안이나 검은 바다를 가르며 달려서 사고 어선을 안전하게 항구로 몰아갔습니다.
임성규 순경의 구조작업이 알려지면서, 동해지방해양경찰청은 임 순경을 우수공무원으로 선정해 1호봉 특별승급 발령장을 수여했습니다.
언론 보도로 지역사회에도 이야기가 퍼져 요즘 임성규 순경은 누구나 안부를 묻는 스타가 되었다고 하는데요.

위험 천만한 순간에도 용기를 내 준 임성규 순경처럼 대한민국 바다를 지키는 해양경찰이 있어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