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그 손 놓치 마세요! 할머니만 가는 게 아니고 나도 갑니다” 80대 할머니 업고 불길 치솟는 건물 13층을 내달린 한 경찰관의 사연에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지난 4월 15일 새벽 4시39분, 부산 북구에 위치한 15층짜리 주상복합건물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됩니다.

현장에 도착한 북부경찰서의 김동희 경사는 일일이 현관문을 두드리며 대피하라고 소리를 쳤습니다.

1층부터 뛰어 올라간 그는 단숨에 13층까지 올라갔고, 거기서 한 입주민을 마주칩니다.

“저 집 할머니 혼자 살아요!”

그리고 할머니 한 분이 아직 대피를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됩니다.

몸이 불편해서 보행 보조기를 끄는 할머니는 비상계단으로 혼자 탈출하는 게 불가능했습니다. 게다가 이 곳의 위치는 보통 아파트보다 계단이 높은 주상복합건물의 13층이었습니다.

당시의 아찔했던 상황에 할머니는 자포자기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그때는 내가 걸음도 못 걷고 나이 팔십일곱인데 죽으면 죽고 살면 살고 이랬는데…”

넋을 잃고 있는 할머니 앞에 나타난 김동희 경사는 한치의 망설임 없이 무릎을 꿇더니 업히라고 등을 내밉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젊은 사람을 위험하게 할 수는 없다며 한사코 거절했지만 그는 단숨에 할머니를 업었고, 할머니의 위치를 알려준 입주민은 보행 보조기를 들고, 그렇게 세 사람은 13층에서부터 탈출을 시작합니다.

김 경사는 숨을 헐떡이며 뛰어 내려가다 멈추기를 여러차례 반복했습니다. 위험을 피해 단숨에 내려가고 싶었지만 할머니가 어지럼증을 호소했기 때문인데요.

그때마다 김 경사는 “할머니 꽉 붙드세요! 손 놓으면 할머니만 가는게 아니고 저도 갑니다”

입주민 수진씨도 등을 받치며 말합니다 “할머니 조금만 참으세요”

할머니를 다독여가며 필사의 탈출을 감행한 세 사람은 그렇게 1층까지 무사히 대피하는 데 성공합니다.

비상계단 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할머니를 내려드리기 위해 무릎을 구부리던 김 경사는 그만 다리가 풀리면서 중심을 잃고 ‘꽈당’ 뒤로 넘어집니다.

다리가 풀려버릴 정도로 만신창이가 된 상태였지만 그 와중에도 그는 할머니를 부축해 일으키고 의자를 찾아와 앉혀 드립니다.

이런 사연은 부산경찰청 홈페이지에 할머니의 손자와 요양보호사가 작성한 감사글이 올라오면서 알려졌습니다.

할머니는 “고령인데다가 몸이 불편하여 그냥 포기하다시피 복도에 서있는데 그때 김동희 형사님이 나타나서 저를 업고 13층에서 1층까지 내려왔다”며 “너무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작년에 작년에 고관절 수술을 받은 뒤엔 보조기 없이는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였던 할머니로 인해 김 경사의 선행이 알려지자 부산경찰청은 모범사례로 선정해 표창장을 수여하기로 했습니다.

올해 서른일곱살인 김 경사는 원래 서울에서 일반 직장을 다니던 회사원이었다고 합니다. 가족과 이웃들에게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어 5년 전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와 늦깎이 경찰이 됐다고 하는데요.

영웅은 영화나 드라마에만 존재하는게 아닙니다. 우리 주변에서 타인을 지키고 배려하는 모든 행동이 때로는 기적을 만들기도 합니다. 김동희 경사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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